닭 대신 꿩이 된 산행 – Mount St. Piran

우기가 오긴 온 모양입니다. 5년전 홍수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또다시 많은 비가 온다고 하니 강물의 수위를 걱정하는 소리가 많습니다. (저만 그런건 아니겠지요? ^^)

2주째 연속으로 주말이면 비가 내립니다. 주중에만 오면 좋으련만 하늘은 여전히 녹녹치 않군요. 화요일까지 하늘의 눈치만 보다가 그나마 비가 적을 것으로 예보되는 Lake Louise 지역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도 토요일 아침까지 일기예보를 몇자례나 찾아보았는지 모르겠네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캘거리에 비가 오더라도 산행을 출발하곤 했지요. 오늘도 어김없이 차량은 록키로 향했습니다.

캘거리에서부터 내리던 비는 Kananaskis 입구를 지날 즈음부터는 더욱 맹렬히 쏟아지기 시작했고 Banff를 지날 때까지도 그 기세를 늦추지 않더군요.

 Cascade 허리까지 구름이 내려오고 정면의 폭포는 제법 큰 수량을 자랑합니다. 새삼 왜 산의 이름을 Cascade라고 불렀는지 고개가 끄덕이게 됩니다.

다행히도 Lake Louise에 가까이 갈수록 하늘의 구름은 높아지고, 얇아져서 비도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목적지인 Little Temple을 가기 위해서는 Moraine Lake road로 들어서야 하는데 이미 차량의 출입이 많아서 통제를 하고 있어서 별 수 없이 Lake Louise 주차장에 차를 댔습니다. 그리고 불안한 날씨 때문에 잠시 의논을 하고 Plain of The Six Glaciers라도 걷기로 하고 호수를 향해 걷습니다.

구름이 제법 있지만 여전히 평온해보이는 Lake Louise. 궂은 날씨에도 엄청난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조금 비를 맞더라도 혹은 비가 심해지면 돌아서더라도 산을 오르기로 하고 목적지를 St. Piran으로 변경을 하고 오른쪽 Lake Agnes trail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오르자 Lake Louise 특유의 빛깔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늘은 조금씩 더 맑아지기 시작했구요.

                                                              모두들 아시는 Mirror Lake인데 꽃가루들이 많이 내려 앉아 수면이 맑지 않습니다.

이제 Chateau Lake Louise도 보이고 Trans Canada Hwy와 구름이 가득한 동편의 전경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Fairview도 여전하구요,

전반적으로 구름이 많지만 낮게 깔렸던 비구름들은 모두 사라지고 제법 먼 곳까지 시야가 열려있습니다.

오르는 도중에 잠시 들른 Little Beehive에서 내려다본 모습. 호수와 Fairview, 구름으로 덮인 Temple, Haddo, Aberdeen 그리고 Fairview-Haddo 능선 너머 Sheol이 살짝 고개를 들고 있네요. 올해 To-do list에 올라 있는 산들 중 하나가 저 Aberdeen인데 눈이 아직도 굉장합니다. 갈 수나 있을런지…

정상에서 바라보는 북서방향의 모습. 바로 앞 산줄기는 Niblock에서 내려오는 능선이고 그 바로 너머가 Bosworth죠. 지난주 Paget Peak를 다녀오면서 보니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산 아래 도로변으로 철망 울타리를 길게 설치했더군요. Bosworth의 접근이 불가능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우측은 Waputic peak이구요, 그 사이(사진 중앙 멀리)가  Waputic Icefield입니다.

Whyte와 Niblock의 늠름한 모습. 가운데 살짝 머리를 드러내고 있는 흰 봉우리는 Popes Peak 인 듯 하구요.  산을 올라가는 비탈에 아직도 눈이 많고, 중간 rockband에 있는 폭포로 쏟아지는 물의 양이 아직도 대단해 보입니다.

사진 중앙 멀리 보이는 설사면의 우뚝한 Lefroy.

정상에서 식사를 하며 오래 머물렀습니다. 아시다시피 정상은 밑에서 보는 것처럼 뾰족하진 않지요. 꽤나 오랫만에 올랐는데 cairn도 많이 늘었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돌무더기 벤치들로 여러개가 생겼더라구요. 그동안 참으로 많은 산행객들이 올랐던 모양입니다. 오늘 정상에는 저희 일행 외에 젊은 커플 한 쌍만이 올랐지요. 정상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때때로 해가 나와 등도 따숩게 해줬구요. ^^

하산할 때는 늘상 그랬듯이 Niblock 방향으로 내려가는 loop 코스를 택했습니다. 예전에 항상 미끄럽고 많은 먼지로 고생했던 급경사길이 예상과는 달리 전날 내린 비로 흙이 제법 폭신했고 길도 아주 선명해서 너무 쉽게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하산 길에 만난 Lake Agnes. 뒤편에서 바라보는 모습이죠. 저 멀리 tea house가 보입니다.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찻집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Agnes tea house에서 되돌아 본 모습. 작년에 장대비를 뚫고 올랐던 Big beehive, Devil’s Thumb이 보이고 Whyte도 아주 까마득히 올려다보입니다.

                휴식 중에 만난 Steller’s Jay. 워낙 많은 사람들에 익숙해지다보니 잘 도망가지도 않고 먹이만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하반신의 푸른 색깔이 아주 선명하고 매혹적입니다.

무사히 하산하고나니 이제 햇살은 무시로 쏟아지고 있어서 여름 날씨임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보트의 수도 제법 늘어나 있구요.

일기예보가 틀린 것에, 그리고 우리의 통밥이 적중한 것에 감사하게 된 하루였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서, 해가 뜨겁지 않아서, 먼지가 나지 않아서 그리고 Agnes 이후에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좋았던 산행이 되었네요.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ㅎㅎ

모두 건강하시고, 비가 안오길 기대해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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