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티히말 뷰 포인트에 오르다

요셉님의 네팔 트레킹 산행일기입니다. 요셉님이 열린마당에 접속이 어려워 대신 올려드립니다. 


 

해발 4130m까지 여러날에 걸쳐서 올랐다가 1300m까지 거의 3000 미터를 내려간 후에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욱체적으로 쉬운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해발 3500m의 마르디히말 하이캠프산장에 앉아있다.

이번 안나프르나 트래킹을 하자고 결정했을 때 나는 상세한 트레킹일정이나 여기가 어떤 곳인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그저 막연하게 주워들은 단편적 지식만을 가지고 있었고 상세계획은 모두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맡겨놓고 나는 트래킹기간 2주에 앞뒤로 인도여행 며칠을 추가하고 기다렸던 것이다.

13일동안 매일 하루에 평군 6시간동안 산을 오르내리기 위해서 많은 체력이 요구되지만 나는 체력걱정은 거의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열흘이 지난 오늘까지 전혀 아프거나 지치지 않고 오히려 매일매일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 오르고있다.

사실 내가 큰 배낭을 매고 며칠씩 산행을 한것은 30년전 울산에 있을때가 마지막 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면제를 받으면서 울산 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일하던 5년동안 나는 미친듯이 산에 다녔었다. 3일이상의 연휴를 허용하지 않던 그시절의 직장생활에서 긴산행은 한겨울의 신정휴가와 여름휴가 뿐이었고 여름에는 지리산 종주를 겨울에는 강능에서 설악산을 넘어 서울로 들어가는 겨울산행을 했었다. 죽을고비도 여러번 넘겼다. 그러나 서울로 직장을 옮기고 결혼을 한 후에는 더이상 당일산행 이상은 할 수 었었다. 2002년 캐나다에 이민을 가고도 토론토에 있었던 2년동안도 산행을 하지 못했다. 거기에는 다 있는데 산이 없었다.

어제 뜨거운 노천온천에 거의 두시간동안 몸을 담그고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이 녹아내린듯 늘어지고 몸이 마에게 더이상 힘든산행은 하지말자고 요구하는 듯 하다. 그래도 어제는 쉬는날 이었고 오늘은 600m 를 내려갔다가 다시 1000m넘게 앞에있는 산을 올라야 하는 힘든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침에 천천히 몸을 달래고 트래킹을 시작하니 다시 어디선가 힘이 올라온다.

30분이상 비를 맞으며 포레스트 캠프에 도착했다. 몽골인인 랏지의 주인아줌마가 다행히 방 하나를 내준다. 이곳에 랏지가 3개 있는데 2개는 방이없었고 마지막 랏지에서 간신히 주인이 쓰는 방을 구했다. 이지역에 몽골인이 많이 사는데 그들은 한국인을 동포로 여기고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고 좋아한다. 생긴 모습도 한국인과 거의 비슷하다. 특히 주인아줌마에게 디디(네팔말로 아줌마)라고 불러주면 좋아 죽는다. 부엌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원하는 것을 특별히 잘 만들어준다. 원래 랏지에서 트래킹하는 외국손님에게 절대로 부엌을 보여주거나 들어오게 하지 않지만 나는 부엌에 여러번 들어갔고 신라면도 이사람들은 정말 맛없게 끊이는데 내가 “백종원 라면끊이는 법”을 가르쳐서 여기저기서 맛있게 끓여먹고 있다.

이곳 마르디히말 트래킹코스는 네팔사람들이 성스럽게 여기기까지 하는 물고기 꼬리를 닮은 마차푸차레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있는 코스이다. 산 능선을 며칠동안 오르는 코스인데 3000m 까지는 능선이라도 수목한계선 아래여서 정글숲속을 걷는다. ABC 코스는 산 중턱을 걷는 코스가 많아 햇볕에 노출이되고 관광지처럼 사람이 많지만 여기는 사람도 많지않고 나무도 많아 열대우림 살림욕을 하루종일 하는 셈이다.

이제 내일 새벽 5시에 해발4600m의 마르디히말 베이스캠프를 향해 다시 신발끈을 맬 것이다. 그곳에서 멋진 마차푸차레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것이다. 캘거리에 돌아가면 마치푸차레와 안나푸르나를 화폭에 담고 싶다.

10월 6일 2018. 마르티히말 하이캠프에서.


난방이 전혀 안되는 해발 3600m의 랏지에 있는 작은 방에는 나무로 대충 만든 침대위에 딱딱한 메트리스만이 있을 뿐이다. 이불과 베개도 있지만 이곳은 오전 7시면 구름이 몰려와서 하루종일 구름속에 있기때문에  모든것이 축축하다. 랏지의 방에는 전기도 주지않는다. 전기는 솔라파워만 있어서 식당과 주방에만 불을 켜고 심지어 와이파이도 켜지 않는다.

식당은 따뜻하다.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젊은 트래커들과 가이드, 포터 그리고 여기서 일하는 네팔리들로 시끌벅쩍하다. 그러나  8시가되면 트래커들은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우리가 여기까지 안전하게 오도록 도와준 가이드와 포터들이 식사를 하고 이곳 식당에서 자야하기 때문이다.

깜깜한 방에서 헤드렌턴을 켜고 주섬주섬 침낭을 편다. 한국에서 여동생이 챙겨준 핫팩이 따듯하게 잘 수 있도록 도와줌에 감사한다.

이런 환경에서 잠을 푹 자는것은 쉽지않다. 새벽4시 알람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이번 트래킹의 마지막 목표인 마르디히말 베이스 캠프에서 일출을 보기위해서는 일찍 출발해야 한다.

준비를 마치고 깜깜한 4시반에 헤드렌턴을 켜고 출발한다. 마침 어제 묵었던 포레스트 캠프 랏지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젊은이들을 만났다. 여자들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3년간 군인으로 복무를 마치고 세계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전 세계에서 온 딸 또래의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다. 모두 건강하고 밝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는 것 같다.

질흙같이 깜깜한 하늘에 별들이 총총하다. 동쪽 산에는 붉게 태양의 빛이 물들고 있고 산 아래에는 구름이 가득한 운해을 이루고있다. 6시에 뜨는 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뷰포인트까지 서둘러 올라야 한다.

멀리 뷰포인트가 보인다. 5시 50분, 해가 뜨려면 아직 10분이 남았다. 물고기 꼬리를 닮아 Fish Tail 이라고 불리는 마차푸차레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니 격한 감동이 몰려온다. 마음껏 소리를 질렀다. 야호!

동이 트기전 이 새벽에 다시한번 4200m 에 오른것이다

10월 7일 2018. 마르티히말 뷰 포인트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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