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팔 릿지 사우스, 보석같은 산행

Opal Ridge South 는 왕복 7km 정도의 짧은 거리임에도 해발고도 2620m, 산행높이가 1060m 정도 되어서 오르기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산행 내내 이어지는 급한 경사길과 짜증 만땅 자갈 스크리에다 도중에 약간의 스크램블링(손발써서 바위 타고 넘기)도 해야하고 정상 부근 릿지에서의 칼바람까지, 정상까지의 여정은 상당한 챌린지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웬만한 산행지마다 사람들로 붐비는 그런 복잡함이 없어서 때론 혼자되어 외로움을 느낄 만큼 호젓하게 산행에 몰입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구름들과 눈 앞에 펼쳐진 록키의 압도적인 산들이 주는 장엄함, 그런 중에도 가을로 곱게 물들어가는 알파인 메도우의 그림같은 풍경들 속에서 말이죠.

터질듯한 심장 박동, 비오듯 쏟아져 내리는 땀으로 범벅인 채 순전히 발품팔아 올라야 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외에는 인공적인 조화가 전혀 없어 가끔씩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원시적이며 때묻지 않은 야생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음에 이런 산행은 중독이될 만큼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팔 릿지 사우스 픽에서 바라본 경치입니다.  

Dr. George Dawson 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지질학자이자, 인류학자 및 고생물학자이면서 교수이자 저술가였던 이 분이 록키를 현장 답사하던 중 이 일대에 오팔이 입혀진 석영(Quarts Crystal)들이 많은 것을 보고는 Opal Range 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팔은 물을 품어 빛을 내는 특이한 보석인데 건조한 지역에는 물기를 잃어버려 그 빛도 사라진다 하는군요. 그래서 보석은 없었다는.. ㅋ  

이제 점점 낮시간이 짧아집니다. 아침 8시가 가깝지만 아직 새벽의 기운이 남아 있네요.  이제부터 산행 시작은 어두울 때 시작하겠군요.

오늘의 산행은 왼쪽 숲을 지나 능선을 타고 오르며 가운데 뒤로 보이는 봉우리 오른쪽으로 통과하여 옆으로 난 오팔 릿지를 걸어서 오른쪽봉우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오랫만에, 아니 올해 처음 산에서 만난 뭉게구름님. 여전히 엄살 심해서, 이런 산행은 해서는 안되는다는 둥, 차라리 술 사들고 하이리버 가자는 둥 ㅋㅋ 그러면서 산에서는 여전히 날아 다녔지요^^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처음부터 오르막경사가 쉼없이 이어져 상당한 체력소모가 예상됩니다. 그러나 록키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산행하는 즐거움이 있어 힘들었던 산행이 늘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게 됩니다.

경사를 오르는 중에 간간히 만나는 작은 암벽들을 일부러 타고 넘을 때 산행의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하죠.

평소 안하던 짓, 뭉게구름님이 바위벽을 넘어 옵니다.  이 때 이것이 나중에 일어날 개인적 turmoil의 복선이 되는 것을 아무도 몰랐죠. 

산행 내내 Rawson 마운틴이 뒤에서 배경이 되어 주니 뭔가 든든한 느낌입니다.  이제 40번 도로는 까마득해졌습니다.

예보와 달리 남쪽 하늘은 비구름이 많아 오후 날씨가 걱정이 되기도 했고 정상에서의 뷰가 걱정되기도.

9월로 접어 들었으니 록키를 수놓았던 야생화들은 모두 시들었지만 이녀석들 만큼은 여전히 꿋꿋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Yarrow 입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킬리스 병사들의 치료를 위해 쓰였다는 전설이 있다죠.

바위벽 사이를 오르기도 하며

잠깐 쉬려고 앉았던 이 바위가 무려 1억 년 이상은 되었으리라 짐작케해주는 조개화석들입니다.  약 1억년 전후로 이 일대는 내해였습니다. Western Interior Seaway 로 북미대륙을 가르는 세개의 내해 중 하나였다는군요. 

록키산은 석회암 산으로 수목한계선 위로는 억겁의 세월동안 켜켜히 쌓인 지층들의 생생한 모습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도 그러한 지구 역사의 일부일 것이기에 잠시 경이로움에 빠져보기도. 

오늘 구름은 매우 바쁜 날입니다. 서로 뭉쳤다 풀어졌다를 반복하며 해가 났다 들어갔다 하늘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을은 빛이 바래는 것으로 우리를 슬픔의 감정 속으로 이끌죠. 그래서 산에는 즐거움과 함께 슬픔과 쓸쓸함이 같은 아름다움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제 7부 능선으로 올라섭니다. 이제부터는 알파인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조한 데다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없기에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작은 풀들과 추위를 견디는 일부 꽃들만 살아있는 곳. 그래서 더욱 애처롭지만 오히려 엣지있는 생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7부 능선길은 짧지만 기막힌 백뷰를 선사합니다. 오른 쪽으로 Mt. Kidd 가 위풍당당히 서있고 카나나스키스 밸리가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네요.  이 능선은 예전에 안젤라님께서 도달했던 곳이지요. 예까지 올랐던 기억 되살려서 쾌유하시길 빌어봅니다. 

능선을 걸어오는 산 친구의 모습은 언제나 멋져서 매우 드라마틱한 느낌을 줍니다.

Mt. Kidd 의 모습을 가까이 잡아 보았습니다. 떡하니 누운채 지옥의 오르막임을 알려주는 경사면만 보아도 다리가 아파오는 듯 ㅋ  2015년 이 산을 올랐는데 그 때 모두 산 위에서 뻗어서 눕고 누구는 멀미도 하고 ㅎㅎ 그러니 다시 갈일이 있겠습니까 이 어렵고 힘든 산을 ㅋㅋ 

릿지 하이킹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오늘은 중간에 쉬지도 않고 예까지 쉼없이 올라왔는데 이제 한 숨을 돌려야겠습니다.

알파인의 가을색은 따스한 햇살로 인해 마음을 따뜻하게 채색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군요  

찬 서리에 바래고 시들어가는 중에도 힘을 잃지 않은 고고함이란..

세상을 굽어보며 당당히 겨울을 견뎌내겠죠.

그 기상을 배우며 호연지기로 세상을 크게 품어봅니다. 일상에 돌아가면 다시 바뀌는게 문제지만 ㅋㅋ 

마치 자연 요새처럼 양쪽으로 난 바위가 Gate 가 되어주는 곳. 전에 제 아내랑 뭉게구름님 아내가 도달했던 곳입니다. Opal Ridge South 의 전설이라나 뭐래나 ㅎㅎ 아래에 그 때 그 사진 두장 소개합니다. (뭉게구름님과 저는 왜 이때 왕언니와 왕십리님도 같이 갔다고 기억하능겨 ㅋㅋ 왕언니가 뭐 어쩌고 저쩌고 했다고 능청하게 얘기 주고 받고 ㅋㅋ) 

7부 능선에서.. 마님들 대단 대단. 8년전이긴 하지만 ㅎㅎ

제 아내와 정진씨의 엄청난 도전과 성취. 

계속하여 Opal Ridge South 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돌아본 장면이구요 Wedge Mt. 이 거대하게 솟아 있네요.

Ridge 모습입니다. 

오른 쪽 끝의 Peak 이구요. 

능선에는 엄청난 바람이 불었어요. 몸이 다 휘청거릴 정도. 

드뎌 정상에 도착 !! 오랜만의 산행이었지만 좋은 핏치에 매우 기분 좋은 등산이었습니다.  

뭉게구름님 역시 예전처럼 다람쥐 모드는 아니었지만 ㅋㅋ 여전히 견고한 핏을 발휘하고..

정상 뷰입니다. Mt. Evan Thomas 와 Mt. Packenham, Mt. Hood 도 보입니다. Grizzly Col 도 살짝 보이고요.

Mt. Denny  (Center Right) 뒤로는 Bragg Creek  Kananaskis 입니다. 

The Lower Kananaskis Lake 와 그 일대를 당겨서 보았습니다. 

봉우리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절벽이군요. 다리가 후들거려 초점이 날아갔어요^^ 오른편에 우리가 차를 세운 Gas Station 주차장이 보이네요. 

히비스쿠스님도 도착하셨구요.

멀리 lower Kananaskis Lake 가 보이고요.. 왼쪽 편에 살짝 Grizzly Col 이 보입니다.

이제 하산합니다. 하산은 언제나 아쉬움과 함께 또다른 긴 여정에의 부담을 지고 내려가지만 올라올 때 놓친 뷰를 감상할 수 있으니 즐거운 일이죠. 

게이트 직전의 암봉에서 7부능선을 바라 본 장면입니다. 이 암봉은 주차장에서 본 그 봉우리이죠.

오늘은 우리들 외에 서너팀 정도 더 올라온 것 같습니다.  한 두 그룹 정도 더 온다면 산행이 복잡하지 않고 또 외롭지도 않고 적당한 듯 합니다.  산행 중 사람을 만나면 무섭다는데 여기서는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곰에 대한 두려움을 잊을 수 있으니까요..^^

하산길도 조심조심. 자갈 스크리를 타고 내려오는 것은 (자갈 스키라고들 합니다) 는 편리하지만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약간의 기술과 함께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오랜 세월의 산행으로 다져진 트레일. 숱한 세월 사람들의 흔적들입니다. 

뭉게구름님과 함께 스키를 열심히 타고 내려왔는데… 이 자갈 스키가 빠르게 고도를 낮춰주는 바람에 트레일을 무시하고 고고씽하다가 

이근처 어딘가에서부터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기서부터 없어진 거죠.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고 ㅜㅜ   길이 없으니 아마도 부쉬웨킹하며 파워라인 쪽으로 바로 내려가겠지 하며 일단 주차장으로 가기로 합니다. 

이런 숲 속에 혼자 떨어져 버리면 약간의 공포가 엄습하기도 하죠. 특히 곰이 설치는 동네니까요^^ 

파워라인입니다. 뭉게구름님의 눈에는 그 짧은 시간의 아마도 이런 흑백사진같은 모습이 아니었을런지 ㅋㅋ 

주차장의 아스펜 한그루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비록 많은 친구들이 함께하지 못했으나 옛추억을 되살린 산행이었으며 멋진 풍경과 힘찬 도전이 어우러진 훌륭한 산행이었습니다. 록키산은 언제나 최고의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다주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는 것이고요. 

이제 남은 사진들 나누며 오랜만의 후기를 마칩니다. 

Grizzly Col 의 모습을 이곳에서 보니 색다릅니다. Mt Packenham, Mt. Hood, Mt. Brock 등이 보입니다.

Opal Ridge 입니다.

정상에서는 누구나 잠시라도 상념에 빠지곤 하죠.

사진을 위한 포즈이긴 하지만 ㅎ

누군가의 빨간 승용차가 노란 단풍으로 인해 더욱 섹시해 보입니다.^^

“오팔 릿지 사우스, 보석같은 산행”의 6개의 생각

  1. 멋진 사진과 가을의 색들에 넋을 놓고 보면서 스크롤다운하다가
    술 사서 하이리버로 가자며 엄살을 떨었다는 뭉게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1차로 빵!
    가지도 않은 우리들이 갔었다고 기억하셨다는 얘기에 2차로 빵!
    뭉게구름님이 식겁했었다는 페북 포스팅이 기억나 3차로 빵! 터졌습니다. ㅋㅋ
    심한 바람에도 좋은 산행을 하셨네요. 부럽습니다. 저희는 하루종일 먹기만…

    1. 먹는 것이 남는 것 ㅋㅋ 처음에 YS님과 뭉게가 오팔가지말자고 협박아닌 협박 ㅋㅋ 힘들다면서.
      제가 임시 산행대장님신 조여사님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여 오팔로 강행했져.
      엄살 떨던 뭉게는 산꾼 모드로 변신하여 저와 함께 먼저 오르고
      강선생님 뒤따르고 나머지 두분은 게이트 지나서 너무 심한 바람으로 인하여 거기까지만.
      뭉게가 내려오다 자갈스키타는 재미에 빠져 길도 없는 곳으로 계속 고고 ㅋㅋ
      결국 미아가 되고 혼자서 필사의 탈출작전 ㅋㅋ 정작 다른 분들은 아무 것도 모름 ㅋㅋㅋㅋㅋㅋ
      뭉게가 마구 무용담 얘기하니.. ” 뭔일 있었어? ” ㅋㅋㅋㅋ

      아무큰 재미있는 산행이었어요. 좋은 산행지 추천 감사드립니다^^

  2. 아우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위에서 볼땐 부쉬 왝킹하면 되겠다 싶어서 그냥 내려갔는데, 막상 숲에 가니 아무리 걸어도 전봇대길이 안나오더라구요. 너무 무서웠죠. 전봇대길에서도 주차장 까지 얼마나 멀었는지, 산을 3개정도 넘은 거 같아요. 무서워서 물도 못 마시고 뛰었습니다. 주차장에서는 완전 탈진했었구요. 작은 세상님 말을 듣는건데, 완전 망했어요 😉

    그래두 재밌었습니다. 아주 많이.

    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뛰면 더 위험해요~~ ㅎ
      뭉게가 갑자기 사라지고 난 다음 나도 약간은 무서웠다는 ㅋ
      다른 일행들은 까마득히 뒤에.. 보이지도 않고.. 내려오는 사람 없고 올라가는 사람 없고…
      나혼자 트레일 가운데 ..

      정말 재미난 산행이었어요. 경치도 좋고.. 지독한 바람조차도 오랜만에 맞으니 뭔가 훈련하는 느낌도 들고 ㅎㅎ

댓글 남기기